2018. 2. 13. 22:46 버섯씨의 소소한 취미/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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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가,
내 코끼리 인형.
우리집에는 코끼리인형이 하나 사는데 많이 늙었다. 원래 내껀 아닌데 내가 더 많이 사랑해서 내 코끼리 인형이 되었다.
처진 눈이 나랑 비슷하게 생겼고 관절 사이마다 솜이 비었다.
그래도 아직 엉덩이 부분에는 솜이 많아서 다행이다.
냄새를 맡으면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 그야말로 무향이다. 어떤 사물이든 다 냄새가 있는데 얘는 정말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집냄새도 안난다. 그러니까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 인형이 없으면 잠을 자는 게 어려울 정도다.
나는 코끼리 인형을 세게 안았다. 내 동생처럼, 아기처럼
언젠가 얘를 놓아줘야 할 때가 올텐데 벌써부터 그때가 두렵다. 품에 안고 냄새를 맡다가 잠이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코끼리 인형을 잊지 않기 위해서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