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르스


  빈집에 살고 있을 공룡 인형이여 안녕, 벌거벗은 너를 보았네


  플라스틱 눈으로 화학적인 생각을 했다


  두고 온 것보다 놓고 온 것이 더 많은 과거에 대해 생각하자 배가 고파졌다

  나는 자주 뒤척였어 너도 나를 껴안으면 부드러울까


  너와 나의 성분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고백하건대 죽은 솜을 껴안고 자는 일은 슬펐어

  죽지 않은 것을 겨안는 일은 어려웠으므로

  울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떨고 있는


  너는 왜 미래에서 오지 못하니


  파피루스가 마당에서 자라나고, 너는 그것을 먹었네

  부스럭거리는 잎사귀 먹고 가시나무 길렀네 


  뼈에 바람이 차올라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혼자서 채집을 나가지 못했다


  이빨 가는 소리 들린다 가시나무에 내려앉은 새들 부스러지고 행방불명된 공룡 인형 찾으러 떠나는


  끝없는 꼬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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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읽었다.

읽다가 도중에 덮는 시간이 더 많았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시집을 넘긴 순간들을 되감고 싶다. 

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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