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이 한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이건 필사하기 무척 어려운데. 특히 공책에. 그런데 필사하지 않고 뭔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좋고 어렵고 복합적인 어떤 감정이...오늘은.


이준규 / 2015 / 울리포프레스

--------------------------------------------------------------


10-11p 그것은 언덕 위에 있다. 그것은 언덕 위에서 언덕 위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 동아목공 앞을 지나가는 한 여자를 보고 있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를 바라보고 있는 맥주 한 잔이다. 그것은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소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것은 형성할 수 있는 가구와 같다. 그것은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한 겨울에 한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겨울의 벤치로 간다. 그것은 겨울의 공원으로 갈 것이다. 그것은 겨울의 한 공원으로 들어가 한 벤치에 앉을 것이다. 그것은 파랗다. 그것은 딱딱하다. 그것은 형이상학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만을 가진다. 겨울의 한 공원의 한 벤치에는 물렁한 것이 놓여있다. 그것을 앉아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누워 있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것은 둥근 잔, 그러니까 흔히 머그 라고 부르는 다소 큰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덕 위에 있었다.

Posted by 버섯씨

블로그 이미지
일상블로그 / 모든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 / 세상의 모든 귀여움을 사랑하는 사람
버섯씨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