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1. 22:44 버섯씨의 대단한 취미/필사
오은 <설>
설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우너하게 노폐물을 배설햇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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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첫 시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 '설' 이라는 시는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시집 (문학동네,2013)의 첫 시.... 이 시집의 어쩌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설, 익은 감자에서 내 표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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