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2 00:31

미야자와 겐지 _ 은하철도의 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얼음사탕을 먹지는 못해도, 맑고 아름다운 바람을 먹고 아름다운 복숭아빛 아침 햇살을 먹을 수 있습니다.

또 나는 다 해진 옷이 밭이나 숲 속에서 가장 멋진 우단이나 비단, 보석이 박힌 옷으로 변하는 것을 이따금 보았습니다.

나는 그런 아름다운 음식이나 옷을 좋아합니다.

여기 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숲과 들판과 철로에서, 무지개와 달빛한테서 얻어 온 것입니다.

떡갈나무 숲의 푸른 저녁을 혼자 거닐거나 11월의 산바람 속에 떨며 서 있으면 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나는 쓴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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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1.12 00:28


오늘의 책소개도 그림책이 되겠습니다.

요즘은 소설보다 그림책과 동화를 더 많이 읽고 있어서

당분간은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ㅅ'

지난 번에 이어 오늘도 일본작가의 그림책 입니다.

(학교에서 빌린 도서라서 바코드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큰 슬픔입니다.

아직 죽음이라는 게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어떻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죽음이란 건 정말 견딜 수 없는 영원한 슬픔이기만 한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이 바로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라는 그림책입니다.

옛날에는 이렇게들 많이 말했죠.

"엄마는(아빠는) 하늘나라로 갔어!"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요즘 아이들,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도 않는답니다.

이 책의 재미는 보이지도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엄마유령의 모습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집에 있다구~!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한 건 아닙니다! 따뜻함도 겸비한,

오락성으로써의 만화가 아닌 그림책만의 매력이죠!

주인공인 개구쟁이 건이가 엄마 몰래 저지른 잘못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엄마가 죽고나면 그동안 못해줬던 일이 미안할 것도 같습니다.

모두 용서해줄거라는 할머니의 말과는 달리 성질을 부리는 엄마.

엄마는 유령이 되어도 엄마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엄마가 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천사엄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뒤에서 할머니랑 은근히 엄마를 까는 건이 ㅋㅋ

다 듣고 있어요.'ㅅ'

이건 위의 텍스트가 포함된 전체 장며인데요.

이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귀엽지만 디테일한 그림입니다.

자세히 뜯어보는 맛이 있어요! ㅋㅋ

일본 가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그림인 것 같습니다.

엉뚱한 건이. 앞에 건이가 잘못한 게 엄마가 잘 때 코딱지를 엄마 입에 넣은 거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다른 게 더 걱정인 모양입니다.

밤이 되어서 유령이 된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건이는

엄마의 등을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헤어지기 싫다는 건이에게 엄마는 아까 장난칠때와는 달리 그동안 건이를 사랑했던 마음을 표현합니다.

진짜 감동적이어서 여기서 코끝이 찡했어요. ㅠ-ㅠ

이건 뒷면인데 안에 있는 내용과 이어지는 에필로그 형식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표지까지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도 재미있고

엄마는 예전처럼 요리도 엉망이고, 잔소리도 자주하고 먹을 것도 좋아하는 모습으로

곁에 있는 모습입니다.

건이의 말처럼 "전혀 헤어진 게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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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교훈을 주기 위한 책도 아니지만 재미와 감동을 통해 삶의 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역시 꼭 엄마나 아빠를 잃은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읽어본다면

엄마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고, 예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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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1.05 13:5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_ 루이스 캐롤_ 

상상의 샘이 메말라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이야기꾼은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나머지는 다음에" 라고 말하네

"지금이 다음이에요"라는 

행복한 목소리들이 울리네


유은실 작가님_ 인터뷰 중

문학이란 불온한 것이고 동시에 또 따뜻한 것이잖아요.

아동문학 안에서도 불온함과 예술성과 따뜻함이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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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0.23 16:06

귀여운 그림체와 재밌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

목욕을 하려 옷을 벗다가 옷이 끼어버린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옷을 벗어보려 하면서 엉뚱한 상상을 하는 내용입니다.

제일 재밌었던 건 자신과 똑같은 아이가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

틀림없이 한번에 알아보고, 금방 친해지게 될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진짜 넘 귀엽네요.

결국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목욕을 하게 되는데…!

더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마칩니다.

정말 귀엽고 재밌는 그림책이니까 꼭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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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0.15 20:23

혼자인게 싫어서 누구든지 만났어 조용한게 싫어서 쉴새없이 또 말했어 앞만보고 걸었어 돌아본적 없었어 잠시라도 멈추면 네가 생각 날까봐 하지만 소용 없잖아 네가 너무 보고싶어 한번이라도 너를 쉰적이 없어 긴겨울이 지나가고 어느새 또 봄이 찾아와 얼어붙은 내맘을 다시 감싸 줄것 같은데 밤하늘을 바라보면 어느새 또 네가 생각나 오늘도 난 잠들지 못할거란걸 너는알고 있을까 이별이 지날것 같아 쉬지않고 달렸어 잠시라도 멈추면 네가 생각 날까봐 하지만 소용 없잖아 네가 너무 보고싶어 한번이라도 너를 쉰적이 없어 긴겨울이 지나가고 어느새 또 봄이 찾아와 얼어붙은 내맘을 다시 감싸 줄것 같은데 밤하늘을 바라보면 어느새 또 네가 생각이나 오늘도 난 잠들지 못할거란걸 너는알고 있을까 너는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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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어쿠스틱만 올리는 군. 하지만 스탠딩에그 넘 좋아 ⊙-⊙

담에는 잔나비 노래 포스팅 해봐야지.

카페에서 시간 때우는 동안 흘러나온 음악이 우연히 내 취향이어서

검색해서 듣게 되었는데, 가수가 스탠딩에그인거 보고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요즘에는 이 노래로 아침을 시작함.

아침을 시작하기 좋은 노래로 아주 딱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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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0.11 18:46

**일본의 요리 영화가 좋다고 그래서 음 4가지 정도 보려는 중

오늘은 리틀포레스트 볼 것임


심야식당의 감상이라면 뭐랄까. (스포있음)

드라마를 꼭 먼저 봐야하는 건지?

중요한 것을 그냥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음.

예를 들면 마스터에 대한 얘기 나올 줄 알았는데... 1도 안 나오고. (눈에 상처 왜 있는 건지? 왜케 멋있는지? ㅈㅅ)

처음에 등장했던 조폭, 술집사람들, 게이, 남녀 선후배 경찰에 대한 얘기도

나오면 재밌겠당 했는데 하나도 안나왔음 아 좀 뭐랄까 보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단골들 얘기라고 하는데, 진짜 단골들 얘긴 안 듣고 몇 번 들른사람 얘기듣는 것 같기도 하고. 흠.

아, 납골함에 대한 이야기가 그나마 서사를 끌고 가는 중심이었는데

그건 마지막에 주인이 나타나서 갑자기 다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 여기서 진짜 실망 대폭발.

하지만

인트로에 나오는 도쿄 풍경이라던가 노래들 좋았음.

마 밥 파트에서 미치루가 2층에 첨 가서 커텐치고 선풍기 바람 쐬는 것 좋았고

풍경 나온 것도 좋았음. 이런 거 전형적인 일본 영화의 장면 같음. 그 특유의 분위기

그치만 그것보다 내가 원한 건 음식이고 요리였는데...

나폴리탄,마밥으로 챕터가 나뉘어져 있으면서도 걔네도 딱 한번씩만 나오고

중간에 뭐 소세지 볶음이나 호박국수 이런 것들 나오긴 했지만

넘 감칠맛나게 보여주는 것.

마밥도 솔직히 진짜 더 보여줄 수 있었당...넘함.

오다기리 죠한테만 넘 신경쓴 거 같기도. 

(근데 오다기리죠 ep도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임. 미치루 떠날때 오다리기죠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선물주고 아련하길래 뭔가 있나 했는데 그냥 그게 끝이었음. 아쉽아쉽

미치루 전남친 떼어낼 때 뜬금 프로포즈 하길래 헛...삼각관계인가? 했는데 아녔고...

물론 삼각관계였으면 그것도 나름의 실망은 존재했곘지만)


리틀포레스트는 내가 젤 기대하고 있는 영화라 이런 실망 없었으면 ㅠ

계절별로 편이 나뉜 것 같던데 뭘 볼지는 고민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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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10.10 22:18

볼빨간 사춘기 - 싸운날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 또 싸워

이제 더는 참지 못해 지겨워

결국 네 손을 뿌리쳐 돌아선 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걸어)


조금씩 주변을 서성거려 but finally 

눈치 없이 벌써 집으로 돌아간 너

너와 같이 맞췄던 내폰을 들어 네게 전화를 걸어


(이제 너와는) 진짜 끝이야

너도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애

못된 말만 골라 네게 전송해

사실은 나 지금 너네집 앞이야


(2 hours later) 넌 전화를 받지 않아

(3 hours later) 나를 붙잡아 줬으면 해

(결국 5 minutes later) 눈물 뚝뚝 흘리며 네게 전화를 걸어


we fight and scream

break up and leave 

늦은 밤 날 위해 꽃을 사다 온

로맨틱한 너도 한여름 밤의 설렘도

처음으로 돌릴 순 없어


*

자존심 버리고 벨을 눌러 but finally

도 없이 벌써 단잠에 빠져든 너

너와 같이 맞춴던 목걸일 뜯어

잠든 네 얼굴에 던져


(이제 너와는) 진짜 끝이야

너도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애

못된 말만 골라 네게 전송해

사실은 나 지금 너네집 앞이야


(2 hours later) 넌 전화를 받지 않아

(3 hours later) 나를 붙잡아 줬으면 해

(5 minutes later) 눈물 뚝뚝 흘리며 네게 전화를 걸어


we fight and scream

break up and leave 

늦은 밤 날 위해 꽃을 사다 온

로맨틱한 너도 한여름 밤의 설렘도

처음으로 돌릴 순 없어

(되돌릴 순 없어)


2 day later

3 day later

결국 5 day later 눈물 뚝뚝 흘리며

다시 돌아와 줬으면 해 


we fight and scream

break up and leave 

늦은 밤 날 위해 꽃을 사다 온

로맨틱한 너도 한여름 밤의 설렘도

처음으로 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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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사춘기 노래가 멜론 차트 1위길래 어쩐일인가 했더니

유희열의 스케치북 나왔었군요?

슈스케때 엄청 인상깊게 봤는데 앨범이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1위한 '우주를 줄게'도 좋지만 우연히 알게된 '싸운날' 이란 노래에 꽂혀서 요새 계속 듣는중.

보컬 목소리가 정말 특색있어서 계속 듣고 싶어요.

하지만 역시 저는 가사를 보고 노래를 듣기 때문에 ㅠ-ㅜ 가사가 좋다는 말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진짜 개공감...

저 뿐만 아니라 커플이라면 진짜 다 공감할 것 같아요.ㅋㅋ

아무튼 즐감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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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08.28 14:21

문명화의 정도는 피부의 청결도에 비례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만약 혼이 있다면, 틀림없이 피부에 깃들여 있을 것이다. 물을 상상하기만 해도 피부는 몇 만 개의 빨판이 된다.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하고 깃털처럼 부드러운 혼의 붕대……. 1분만 늦었어도 온몸의 피부가 썩어 흐물흐물 벗겨져 나갔을 것이다.


밤 사이에 빨아들인 습기를 대기에 수증기로 다시 뿜어내는 모래…. 빛의 굴절 탓에 젖은 아스팔트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하나 그 정체는 질냄비에다 볶은 밀가루보다 더 바짝 마른, 순수한 1/8mm에 지나지 않는다.


물에 떨어뜨린 먹물처럼, 탁한 피로가 고리가 되어, 해파리가 되어, 술 달린 조화(造花)가 되어, 원자핵의 모형도가 되어, 배어든다. 


Got a one way ticket to the blues, woo woo--

  (이건 슬픈 편도표 블루스야…)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불러. 실제로 편도표를 손에 쥔 사람은 절대로 이런 식으로 노래하지 않는 법이다. 편도표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인종들의 신발 뒷굽은 자갈만 밟아도 금이 갈 만큼 닳아빠져있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그들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왕복표 블루스다. 편도표란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맥락 없는 생활을 뜻한다. 그렇게 상처투성이 편도표를 손에 쥐고서도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왕복표를 거머쥘 수 있는 사람에 한한다. 그렇기에 돌아오는 표를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죽어라 주식을 사고 생명보험에 들고 노동조합과 상사들에게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해대는 것이다. 목욕탕의 하수구나 변기 구멍에서 피어오르는, 절망에 차 도움을 구하는 편도파들의 아비규환을 듣지 않기 위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이고 열심히 편도표 블루스를 흥얼거리는 것이다. 


뭐라 판단할 틈도 없이 바로 눈앞에 있는 섶나무 울타리 부근에서 적의를 품은 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한 마리, 또 한 마리, 엄청난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퍼지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으르렁으르렁 허연 이빨을 드러낸 개 떼가 넘실거리며 다가온다. 남자는 가위 달린 로프를 꺼내 들고, 벌떡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잎이 팔랑팔랑 흔들리는 나무…. 도망치고 싶어도, 뿌리와 연결되어 있어 도망치지도 못하고 팔랑팔랑 몸부림치는 잎사귀의 무리….


그는 달의 표면을 보면서 떨림을 통하여 무언가를 연상한다. 군데군데 모래 가루를 뿌린  딱지처럼 꺼칠한 감촉… 말라 비틀어진 싸구려 비누… 아니 녹슨 알류미늄 도시락…. 그러고는 초점이 가까워지고, 거기에 뜻하지 않은 상이 맺혔다. 하얀 해골… 만국 공통의 표지인 독의 문장… 살충병 속에 든, 가루를 뿌린 하얀 정제… 그러고 보니, 풍화한 청산가리 정제와 달의 표면은 과연 감촉이 비슷했다. 그 병은 아직도, 문턱 가까이에 묻어둔 그대로였나….


손전등 빛이 한 줄기, 금빛 작은 새처럼 남자의 발치를 스치고 날았다. 그것을 신호로, 일고여덟 줄기가 일제히 빛의 접시가 되어 구멍 속을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벼랑 위에 있는 남자들의, ㅂ루탄 수지 같은 열기에 압도되어 반발하기에 앞서 그 광기가 전염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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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모래땅으로 곤충 채집을 나선다. 그가 찾은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기이한 마을이 있다. 부서져 가는 벌집처럼 지하로 20미터 가까이 깊게 팬 모래 구덩이마다 바닥에 집을 지어 놓았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갖히고,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히지 않도록 매일 삽질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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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08.20 14:37

* 좀머 아저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어…… 그 말의 뜻은 아저씨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 방안에 가만히 잇지 못한다는 것은 밖에서 돌아다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 <밀폐 공포증이 있으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고 …… <밀폐 공포증>이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가 같은 말이고,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과 같다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 <밀폐 공포증>과 같은 말이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어려운 <밀폐 공포증>이란 말을 쓰지 말고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 이라고 쉽게 말해도 되겠지……. 그렇다면 <좀머 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한다>..는 말을 어머니가 하려면 이렇게 말해야 겠지. <좀머 씨는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돼……>


*우리 반에 카롤리나 퀴켈만이라는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까맣고, 눈썹 색도 짙었으며, 이마 위 오른쪽에 흑갈색 머리를 핀으로 묶고 다니는 아이였다. 목덜미와 귓볼 밑에 작게 움푹 파인 곳에는 햇빛을 받으면 빛을 반짝 발하기도 하고, 바람결에 약간 흔들거리기도 하던 한 웅큼의 솜털이 있었다. 그 애는 웃을 때 듣기에 너무나도 좋은 허스키한 소리를 내면서 목을 쭉 뽑아 올리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거의 감은 채 얼굴에 온통 환희의 표정을 넘쳐 흐르게 하였다. 나는 그런 얼굴을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실컷 쳐다보았다.


*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비록 누나가 <아무리     피아노를 못 치는 사람이라도 디아벨리는 칠 수 있어>라는 말을 종종 했어도 나는 그를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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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2016.08.13 15:55

*칠레의 세계 중에서,


-하지만 대개는 이미 늦은 뒤지. 늙은 독재자의 심장은 차근차근 그 순간을 준비해왔을 거야. 전날 밤에, 전전 날 밤에, 또는 그해 봄이나 몇 해 전의 겨울에, 그리하여 아주 먼 시간 이전부터 말일세. 갑작스럽거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지.

  사실 우연이란 게 뭐곘나? 그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겠나? 우연이란,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니까.


-13개의 계단이 지닌 의미를, 무지한 그들이 어찌 알겠나? 정확하게 13개의 단계로 이루어진 그 황홀한 세계를 말이야. 한 발을 들어 허공에 올려놓는 순간 또 한 발이 스스로를 지탱하는 세계. 한 발이 허공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다른 한 발이 온몸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 쾌락 속으로 한 발을 들이밀 때 고통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또 다른 발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매혹적인 일이 또 있겠나?


-이제 끝낼 때가 되었군. 들리는가? 저기 먼 데서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가? 그래, 모든 이야기에는 결국 끝이 있다네. 끝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야기에도 끝은 있는 법이지. 뫼비우스의 띠에 끝이 없다고? 그게 트릭이거나 관념의 장난이라면 어떨까? 가위로 띠를 툭 잘라버리게나. 앞이 아니라 옆을 따라가도 좋을 거야. 거기 바깥이 있을 테니까. 영원히 회전하는 띠의 바깥으로 나가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인지도 모르지.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중에서,


-구체제의 정적인 분위기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건 뭐지? 왜 자꾸 불안해지는 거지? 사람들은 왜 싫어지는 거야? 그런데 오늘은 매우 바쁘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불안을 생산함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사람들은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눈을 떠보면 이중창문 너머로 바깥이 환했다. 흐린 날의 정오와 구별되지 않는, 그런 자정이 온 것이다. 그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몇 개의 사소한 문장들을 작성하거나, 낯선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한 문장씩 한국어로 옮겼다. 시간은 흘러갔다. 창문을 열면 희미한 자정과 구별되지 않는, 그런 아침이 와 있었다.


-안드레이는 햇빛이 날 때와 술을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햇빛이 나는 날은 드물었지만, 술은 거의 매일 마셨다. 그래서 낮의 안드레이는 식물처럼 조용했고, 밤의 안드레이는 그렇지 않았다. 값싼 보드카를 마시고 많은 말을 했다. 혼자서도 말했고, 창문에게도 말했고, 나에게도 말했다. 말들에는 두서가 없었다. 나는 취한 그읨 ㅏㄹ을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는 술잔을 든 채 진지하고 추상적인 문장들을 쏟아냈다.

  이봐, 세계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과학자인가, 시인인가, 혁명가인가. 홀로 기도하는 사람은 어떤가. 그는 아름다운가, 무책임한가.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종교의 비밀스러운 기원이라는 걸 알고 있나. 구원이란 인간의 자유 의지가 완전하고 궁극적으로 부정되는 순간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있나. 꽃은 그렇게 피어난다. 아름답고 또 위험하게. 레닌이 옳았는가, 마르토프가 옳았는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옳았는가, 베른슈타인이 옳았는가. 죽은 자들은 다 어디로 갔느가? 지리놉스키는 멍청이이며, 자본주의는 혐오스럽다. 스피노자는 매혹적이고 무기력했으나, 일생 동안 어두치밈한 방에서 안경렌즈를 매만지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이봐, 아름답고 잊히지 않는 단 한 줄의 소설을 써보게.

 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끔찍한 시를 말이야.

 이 악몽에 대해서.

 이 악몽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또는 무엇의 악몽인지에 대해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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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죄송한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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