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우너하게 노폐물을 배설햇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


시집의 첫 시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 '설' 이라는 시는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시집 (문학동네,2013)의 첫 시.... 이 시집의 어쩌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설, 익은 감자에서 내 표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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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의 하루오


- 나는 하늘에서 안구가 터지는 상상을 했다. 수없이 했다. 구름 속을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거대한 태풍을 만난다. 기체가 상하좌우로 급격히 흔들린다. 그러나 문득 태풍의 눈으로 진입한다. 태풍의 눈은 고요로 가득하다. 그 고요의 한 가운데서 갑자기 안구가 펑, 터져버리는 것이다. 시야가 사라진다. 시야가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시야라는 것 자체가 그냥 없어진다는 뜻이다. 상상력이 꿈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상상을 반복한 끝에, 나는 흔쾌히 꿈을 접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목적지들이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목적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목적지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말하자면,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어딘지 다른 하루오이다_라고.


-깨어보니 낯선 방이었다. 몇 겹의 삶이 지나간 듯 오래 잔 느낌이었다. 그 아침,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던 하루오는    어쩐지 바다 밑바닥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으로 몸을 일ㄹ으켰다.


-이것은 밤과, 어둠과, 희미하고 연약하게 심장이 뛰는 물속의 풍경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늑하고 고요해 보여서, 나는 내가 깨어 있다는 기척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물고기처럼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과장을 좀 섞어 말하자면,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거의 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 선율의 조화가 거기 있었지. 아무리 사악한 인간일지라도 그 음악을 듣는 동안 만큼은 악인일 수 없을 거야. 나는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느낌으로 거의 5분 동안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니까. 마치 세계 자체가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으로. 아니, 음악이 세계 자체가 되어가는 느낌으로.


-나는 말하자면 냉장고에 쌓여 있는 올ㄴ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어.


-때로는 집주인의 모든 걸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중략) 단지 추측만은 아닌 무엇. 단지 오디오의 브랜드 때문만은 아닌 무엇. 책장의 배치라든가 배색이 맞지 않는 낡은 가구들 때문만은 아닌 무엇. 그 '무엇' 때문에, 나는 간혹 그의 모든 것을 이햐할 것 같은 기분에 빠지는 거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건 광막한 우주를 헤매다가 지구를 발견한 외계생물의 감정과 비슷한거야.



*올드 맨 리버


-퇴근 뒤에 알은 어둠이 깔린 이태원의 밤거리를 오래 걸었다. 서울의 밤하늘은 소란스러웠다. 별 몇개가 네온들 사이에서 반짝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지금이 밤이라는 것으 표시하기 위해 거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알은 시더래피즈의 밤이 그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래된 나무 창틀이 있는 집과 니콜라와 마시던 맥주맛이 떠올랐지만, 그 기억은 아주 잠깐 그의 혀와 몸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알은 이 낯선 세계ㅔ 도착해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는 이것이 아주 오래전에 지나간 다른 인생인 것처럼 느껴졌다.


-코인 세탁소라는 곳은 하나의 우주 같아. 이 세상이 코인 세탁소의 일부가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 정도니까.


-그건 아마도 따뜻하게 데워진 수프가 식탁 위에서 혼자 식어가는 일과 비슷한 게 아닐까.


-남자가 수화기를 든 채 알을 마주보고 있었다. 알이 지나갈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표정은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 같았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비밀이란 건 이상한 방식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더군요.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바락바락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점점 더 지갑을 훔친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Posted by 버섯씨

오랜만에 나가서 혼밥


나가기 전까지 계속 고민했다. 요 며칠 라면만 먹어서

오늘은 꼭 밥을 먹겠다고 다짐을 했고

집에는 돈까스랑 장조림이 있었는데 음 메뉴로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밥을 하기가......넘 귀찮았다.



쌀국수랑 덮밥을 팔고 커피도 같이 파는 곳인데

가격이 아주 파격적임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 되게 많은데

애매한 시간에 가서 커피 마시는 사람 몇몇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오기 바로 전에 한 남자분이 쌀국수 주문해서

함께하는 (?) 혼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분은 계속 핸드폰을 보며 먹는 것으로 보아

혼밥초짜인 것만 같았음.

나의 완벽한 혼밥을 방해받았다.....더 고독해지고 싶음...

세상에 밥 혼자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면....



내 테이블 바로 옆에 이 화분이 있어서 

든든하기까지 했음...

내 외로운 혼밥 내놔...


고기덮밥_


메뉴는 고기덮밥으로...

쌀국수할지 고기덮밥할지 주문하기 전까지 고민하다가

알바님이 주문하시겠어요 할 때 나도모르게

고기덮밥 하나요, 라고 말해서 결정됨...


위에 고명이 엄청 많은데 깻잎이랑 송송 썬 쪽파,

그리고 청양고추가 아주 얇게 슬라이스 되어 있음

밥과 고기에는 후리가케가 살짝 섞여있어 짭쪼름하고

밥에도 조금 고추기름 양념이 되어있다.


셀프 서비스테이블에는 일회용숟가락, 젓가락과 단무지가 있는데

직접 담근 게 확실한 맛. 늦게가면 오이는 아예 없는데

오늘은 그래도 1개 남아있어서 잽싸게 떠왔다...


음 맛있었는데 양이 좀 적었음 하지만 3500원이라는 가격대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런 식사였다. 배고파서 저녁에 또 이것저것 먹어버렸지만

오래만의 혼밥인데 뭔가 특별한 게 없었다...그래...

혼밥따위가 뭐가 특별하겠어...그냥...혼자 밥먹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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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사진정리는 카페를 찍은 것....네이버 서명 붙은거 위에 티스토리 서명 덮어쓸까 했지만 안 예쁠 것 같아서 그만둔당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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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기고 나서는 왠지 사진을 거의 찍지 않은 것 같네...

사진정리 2번은 식물을 찍은 걸 올려본다.

폭염이 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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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목요일은 수강신청 기간이다.

이번에 계획한 시간표에는 엄청 인기있는 교양 1과목과 1학년 수업 2과목이 있기 때문에

실패를 할 가능성이 높다...그걸 대비해서 2군 시간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시간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시간표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아동문학을 청강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으으 제발 성공기원


Posted by 버섯씨



이것도 지난 주에 다녀온 8일이었나.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주리를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려고 했는데

전날 불닭볶음면을 먹고 심하게 배가 아픈 바람에...

그것을 중화(?)시킬 수 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주리는 날 위해... 불맛이 나는 ㅋ 삼겹살집 엄청 유명하다는 곳을

알아 놓았는데, 그게 당산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당산역에서 만났다.


그런데..,두둥

우리의 약속이 3시였는데 그 삼겹살집이 마침

세시부터 다섯시까지...ㅋ

브레이크타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걸 먹기로 했다.

서울 최고기온은 35도였고 진짜 더웠다.

주리가 이상한 손 선풍기를 가져왔는데 그거마저 더운 바람이 나올 정도엿다.

나는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크림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햇지만

그걸 찾아 돌아다니다가는 주글 뻔했다.


주리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나때문에 못마시고 우리는

히어로멘이라는 라멘집을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이쯤에서는 아 그냥 가 저기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내가 워낙 라멘이나 일본식 덮밥을 좋아해서

행복했다....


미니규동_


이 가게는 히어로,멘 이라는 이름 답게 특별한 메뉴가 있엇는데

아이언'멘' 같은 그런 메뉴가 있었다.

그치만 우리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존나 평범하게

부타동이랑 규동,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다.


부타동_


나는 평소에 규동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 규동위에 계란 노른자 올려서 비벼먹는 게 진짜 좋은데 미니규동에는 그런 게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주리가 시킨 부타동이 진짜 맛있었어서 눈물이났당........


돈코츠라멘은 맛있었다. 위에 차슈가 되게 깔끔한 맛이었다.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계란도 라멘식으로 잘 삶아졌고 국물도 깊었다.

우연히 들어간 곳 치곤 넘 맛잇었당...


라멘집 알바할 때 진짜 라멘 많이 먹고 좋아햇는데

오랜만에 먹으니까 좋았다.

그치만 내가 만든 라멘이 더 맛있음


Posted by 버섯씨

지난 주...8월 21일까지만 판매한다는 리우 1955버거가 있어서 먹고왔당!!

런치 맞춰서 가려고 했는데

늦잠자는 바람에 도착하니 2시 반이었음...아깝다.

피고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가는 바람에 초췌한 사진만이....남았다.


가기 전에 사전조사를 통해 ㅋㅋ

리우 1955버거 라지가 있다고 해서 라지세트로 시켰다.

그리고 함께간 미저리 오빠는 맥도날드 히든메뉴인 '메가맥'을 시켰다!

나는 리우 1955라지셋...오빠는 메가맥..셋...뚱땡이 커플...........이군....

메가맥은 빅맥인데 패티가 4장들어있는 칼로리 깡패이다.

맛잇는데 나는 피클이 안들어간 버거가 좋아서 빅맥을 별루 안 좋아한다.

햄버거입맛에서 갈려버리다니....웬만한 음식은 다 잘 맞는데.

암튼 라지세트는 햄버거만 큰 것이 아니라 콜라도 감자튀김도 다 컸던 것이다.

아주 대만족스러워?ㅋ

첨엔 다 못먹을 줄 알았는데 나중엔 약간 모자라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리우 1955버거는 뭐 이미 유명하기도 하지만

양파튀김이랑 할라피뇨튀김이 들어가있고

바닥에 약간 타바스코 맛이 나는 핫소스가 발라져있는 것이 특징!

이게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양파튀김이랑 할라피뇨는 솔직히 기대이상으로 맛있는데

핫소스가 넘 매워서 먹다가 입술 옆에 묻혓는데 거기가 빨개졌음...ㅋㅋ그정도로 쫌 넘 매워서

감자튀김이 없으면 힘들뻔 하였다!

그래도 역시 맥도날드 햄버거라 그런지 평타이상임...........

한정판매 이런 거 싫어하지만 햄버거면 얘기가 다르지...

님들도 그냥 한 번 드셔보시길 어차피 21일 지나면 못먹응게.


그래도 난 역시 베이컨토마토디럭스가 짱인 것 같다.


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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