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이 한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이건 필사하기 무척 어려운데. 특히 공책에. 그런데 필사하지 않고 뭔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좋고 어렵고 복합적인 어떤 감정이...오늘은.


이준규 / 2015 / 울리포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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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p 그것은 언덕 위에 있다. 그것은 언덕 위에서 언덕 위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 동아목공 앞을 지나가는 한 여자를 보고 있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를 바라보고 있는 맥주 한 잔이다. 그것은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소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것은 형성할 수 있는 가구와 같다. 그것은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한 겨울에 한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겨울의 벤치로 간다. 그것은 겨울의 공원으로 갈 것이다. 그것은 겨울의 한 공원으로 들어가 한 벤치에 앉을 것이다. 그것은 파랗다. 그것은 딱딱하다. 그것은 형이상학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만을 가진다. 겨울의 한 공원의 한 벤치에는 물렁한 것이 놓여있다. 그것을 앉아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누워 있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것은 둥근 잔, 그러니까 흔히 머그 라고 부르는 다소 큰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덕 위에 있었다.

Posted by 버섯씨



클래지콰이 - She is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

닫혀 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지독한 내게 의미를 준 너의 사랑



처음엔 알 수 없던 너만의 향기가 느껴져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변하고 변하네

오 내 세상가득 빛은 내리고 

she is the girl

 oh she is the one

모든 건 너로 인해 변해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

처음엔 알 수 없던 너만의 향기가 느껴져

세상은 네가 있어 변해

Let it change


닫혀 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 모두 네게 열게

지독한 내게 의미를 준 너의 사랑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

닫혀 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 모두 네게 열게

지독한 내게 의미를 준 너의 사랑


차가운 내게 온기를 준 너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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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포스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클래지콰이의 she is 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사실 제목이나 가수보다 내이름은 김삼순 ost나 

뭔가... 예능에서 브로맨스 같은 분위기일 때 쓰이는 음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느 것 같아요...

특히 처음 부분인 숨겨왔던 나의~ 이 부분은

김삼순이나 클래지콰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예능에서 쓰이다보니 웃기다는 이미지가 있을 수도 있는 곡인데

물론 그렇게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 좋은 노래랍니다.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사예요. 그 다음이 멜로디입니다. 

이게 참 특이하죠..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가사가 별로면 전 잘 찾아듣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노래도 언뜻 그냥 똑같은 가사가 반복된다고 생각되실 거예요...

그리고 이게 벌써 10년도 더 된 노래라

가사가 살짝 오글한 느낌ㅎ-ㅎ이 없지않아 있구요.

'닫혀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 이라던가 '차가운 내게' 라는 가사가...


하지만 ! 아까 말했다시피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씩의 변주가 있어요...!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 차가운 내게 온기를 준

이런식으로 후렴부의 가사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변주가 되어있고, 그런 게 더 좋은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멜론 차트를 보면 쇼미더머니에서 나왔던 노래들이 전부 상위권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데요. 힙합이란 장르는 많은 가사를 4분 짜리 노래 안에 담아낼 수 있는 매력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도 더 많이 듣겠죠! 신나기도 하고 ㅇ-ㅇ!!


그치만 가끔 이렇게 변주되는 가사의 노래...들어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용...어쿠스틱 노래들도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으면 좋겠어요 흑흑...


포스팅이 길어졌지만 아무튼, 

숨겨왔던~ 나의~ 의 어떤 선입견이랄까...

그냥 이 노래를 클래지콰이의 she is 라는 곡으로써만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__) 안녕!

Posted by 버섯씨



김금희 소설 / 문학동네 / 2016



* 너무 한낮의 연애


- "사랑하죠, 오늘도."

  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


-양희야,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스키니한 몸을 사랑해, 너의 가병ㄴ 주머니와 식욕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우리가 어느 별에서


-고아원이 어려워졌으면 이제 아무도 옥수수를 안 찔까, 드물게 수녀님이 옥수수를 찔 때도 있었는데. 가끔 부엌에 가보면 수녀님이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영어로 된 찬송가를 흥얼거리거나 아니면 반대로 무서운 침묵을 지키면서 일렁이는 불속을 지켜보고 있었어. 솥에는 아주 작은 것들, 겨울에도 불행히 살아남은 개구리나 몇몇 풀벌레들이 내는 연약하고 끈질긴 울음처럼 물이 자글자글 끓고. 그러면 그녀는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긴장에 붙들려 있다가 그것이 풀리면서 몸이 노곤해지곤 했다. 그래, 고아원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돈을 부쳐주어야 해. 사라지지 않도록.


-이사한 첫날밤, 그녀는 그 어색하고 좀 민망한 화장실에 앉아보았다. 놀랍게도 별이 보였지만 그 별은 하늘에 있다기보다는 비탈진 골목을 따라 펼쳐져 있는 사람들의 집에 있었다. 늦게까지 불은 꺼지지 않았고 더러는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가 다시 꺼지기도 했다. 


*보통의 시절


-언니가 울지 말았으면 했다. 언니가 시끄럽게 코를 풀며 우니까 집중이 안 된다. 어쩌면 언니는 큰오빠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려고 저렇게 소리를 내서 우는 건가. 언니는 큰오빠와 나 그리고 작은오빠가 사업도 망하고 취직도 못하고 이혼도 당하는 동안 단 한번의 부침도 겪지 않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힘들 때 시원하게 도와준 적 없었고 호들갑스럽게 반응만 했다. 우리보다 더 느꼈다, 불안과 공포를. 그런 면에서 언니는 몽상가 기질이 있다. 불안과 공포를 몽상한다.


- 몽상은 노래처럼 리듬이 있는 것 같았다. 멈추고 연속되고 하면서 주기를 만든다.


-그렇게 몽상하다 멈추고 몽상하고 몽상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다 맨숭맨숭해지면서 그냥 그런 보통의 일이 된다. 샐러리맨도 보통이고 마귀도 보통이다. 인간 말종도 원수도 가엾은 단독자도 다 보통의 것, 그냥 심심한 것, 아무렇지 않은 것, 잊으면 그만인 것,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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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섯씨

사우르스


  빈집에 살고 있을 공룡 인형이여 안녕, 벌거벗은 너를 보았네


  플라스틱 눈으로 화학적인 생각을 했다


  두고 온 것보다 놓고 온 것이 더 많은 과거에 대해 생각하자 배가 고파졌다

  나는 자주 뒤척였어 너도 나를 껴안으면 부드러울까


  너와 나의 성분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고백하건대 죽은 솜을 껴안고 자는 일은 슬펐어

  죽지 않은 것을 겨안는 일은 어려웠으므로

  울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떨고 있는


  너는 왜 미래에서 오지 못하니


  파피루스가 마당에서 자라나고, 너는 그것을 먹었네

  부스럭거리는 잎사귀 먹고 가시나무 길렀네 


  뼈에 바람이 차올라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혼자서 채집을 나가지 못했다


  이빨 가는 소리 들린다 가시나무에 내려앉은 새들 부스러지고 행방불명된 공룡 인형 찾으러 떠나는


  끝없는 꼬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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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읽었다.

읽다가 도중에 덮는 시간이 더 많았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시집을 넘긴 순간들을 되감고 싶다. 

Posted by 버섯씨

샤워 / 정지원 지음 /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제 1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 2014





*

밤이 낮만큼이나 아름답다는 사실은, 어두워진 뒤에도 잠들지 않는 이들에게만 발견됩니다. 부드와 아늑이 처음 만났던 그날 밤에도, 누구에게나 너그러이 아름다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내려 온 세상으로 고여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눈을 뜨고,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시각에 잠드는 바퀴벌레들에게, 그날의어둠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

잠시 숨을 멈춘 것 같던 이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습니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늑은 욕실 천장이 폭삭 무너져 조각조각 덜어져 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나와 이나의 짝은 더듬이로 서로를 어루만지며 나란히 걸어 그대로 축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

-그래. 보이지 않는 어떤 눈금 같은 거야. 세상을 재는 눈금. 생각해 봐. 파리는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 몸을 닦지만, 인간은 파리가 깨끗하다고 생각ㄱㄱㄱ지 않지. 사실 우리도 파리하고 마찬가지잖아. 우리가 몸을 얼마나 닦고 기름칠하는데? 그 무서운 고양이놈들하고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달랑 그거 하나잖아. 

-아무튼 그 눈금이라는 건 참 중요하지. 똑같은 일인데도 다른 눈금으로 재 보면 전혀 달리 보이니까 말이야. 인간들이 느림보인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시간을 재는 눈금이 우리보다 훨씬 크잖아. 우리는 인간들보다 조그만 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에 눈금이 작고, 그래서 더 발리 움직이게 된 걸지도 몰라.


*

외로워 어둠 속에 갇힌 종일

키 작은 날엔 조심할 것들도 많았는데

나는 용감하고 어리석었지

외ㅗ워 어디도 갈 수 없는 내일

내 키는 오래전에 멈추었는데

후회는 끝 모르고 계속 자라나네

나는 소독약 냄새 나는 수돗물을 먹고 살지

내 핏줄엔 잘 소독된 후회가 흐르고 있어

외로워 매일이 후회의 기념일

내가 지금보다 작던 날에

세상은 오늘보다 아름다웠는데



*

-으으... 옆구리가 찢어진 건가요 그럼? 아니 어떻게 그러고도 무사할 수 있죠?

-굼금하지? 하하.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아, 맞다. 왜 인간들 먹이 중에 팝콘이라는 게 있잖아? 옥수수 알갱이를 튀겨서 만드는 거. 그 일 있기 전 내 몸통이 옥수수 알갱이 같았다고 하면, 그 순간은 팝콘 같았다고 할 수 잇을 거야. 몸통이 터져 나가면서 그 속이 가닥가닥 천 갈래로 갈라지는 느낌이었거든.

팝콘같이 터져 나간 바퀴벌레의 몸통이라니.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당분간 아무것도 못 먹겠군.


*

아늑은 문득 사람들이 왜 샤워를 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몸을 두드리는 물방울들은 그동안 둘이 저질러온 실수와 잘못들까지도 남김없이 씻어 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파도가 남긴 눈물들은 쉬지 않고 둘의 등껍질을 아프게 두들겼습니다. 그렇지만 그 물방울에 맞아 온 몸이 부서진다 해도 그 자리를 피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Posted by 버섯씨


인디고 - 여름아 부탁해


여름아 부탁해 나의 사랑을 이루게 해줘 

많이 힘겨웠던 나의 지난 추억 버리게

다시 찾아온 해변에서

비키니 입은 그녈 만난 후

나의 인생이 달라졌어

한여름의 sunset


석양빛이 황홀한 도시의 거리

Let me kiss you one more time

뜨거운 태양에 검게 그을린 그녀를 사귀고 싶어


긴머리의 눈이부신 그대가 좋아

나에 대해 정말 알고 싶지 않나요

그대를 가질 수 있다면

담배라도 끊겠어요 워 baby


밤바다에 반짝이는 하늘의 별빛

흔들리는 파도의 노래소리

그대를 느끼고 싶어 oh beautiful lady


조금만 더 기다려

이대로 나를 떠나지마요

아직 사랑하기 전에 헤어지면 안 돼요

그대 사는 곳 어디인지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화장 안 한 그대 얼굴을 만져보고 싶어


새하얀 모래 위에 단둘이 앉아

your lips your eyes l  love so much 

투명한 그대 눈을 바라봐요

무릎에 머릴 기대고


지루하게 기다렸던 Summer Vacation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나를 떠나가지 마요 워 Baby 
한여름의 Beach Beach Beach Paradise
모래 위에 적어본 그대 이름 
주말에 다시 만나면 함께 있어 줘요 

긴 머리의 눈이 부신 그대가 좋아 
나에 대해 정말 알고 싶지 않나요
그대를 가질 수 있다면 담배라도 끊겠어요 워 Baby
밤바다에 반짝이는 하늘에 별빛 
흔들리는 파도의 노래 소리

그대를 느끼고 싶어 oh beautiful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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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는데요.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역시 여름노래! 하면 떠오르는 노래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여름아~ 부탁행 하는 귀여운 애기 목소리 나레이션?으로 유명하기도 한 노래이고...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서...ㅋㅋ뮤비 화질 정말 최악이네요.


얼마전에 여름 휴가 놀러가면서

버스에서 여름노래 몇 곡을 선곡해서 듣자 했을 때 제가 이 노래 틀었는데

너무 식상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ㅠ.ㅠ

그정도로 매 여름마다 듣고 있긴 한데요...


여름노래는 진짜 신기한게 다른 계절에 들으면 그렇게 막

좋은 걸 잘 모르곘어요...그런데 여름에 들으면 정말

신나고 뭔가 가슴도 설레고 ㅎ-ㅎ 그런 것 같아요.


내년에 들으면 또 이런 느낌을 받겠죠? 

식상하단 소리를 또 들으려나...


다섯시 되니까 이제 해가 한 풀 꺾였네요...

저녁 먹으러 가야겠어요! 그럼  안녕!

Posted by 버섯씨


어쿠스틱콜라보 - 그대와 나, 설레임 (Feat. 소울맨)



나 그대가 너무 좋은데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

나도 그대가 너무 좋은데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

사랑해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만 태우다가

그대가 떠나가 버릴까 
늘 바보같이 걱정만 하는 우리

나 오늘은 떨리는 맘으로 그대 바라보며
고백할게요
나도 오늘은 용기낼래요 그대 바라보며
고백할게요

사랑해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만 태우다가 
그대가 떠나가 버릴까 
늘 바보같이 걱정만 하는 우리

그대 눈길보면 당황해서 눈을 돌리고
그대 앞에서면 바보같이 얼굴 붉히고
그대를 사랑한다 수없이 연습하고 연습했는데
말도 못하고


사랑해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만태우다가

그대가 떠나가 버릴까

늘 바보같이 걱정만 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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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쿠스틱 음악에 빠져있어요! 아침에 비몽사몽 할 때 틀어놓고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면 정말 좋은 기분이 돼요...


이 노래의 가사는 약간 썸을 타는? 그런 남녀가

서로 용기가 없어서 고백하지 못한다는 내용인데요...


이럴 때가 가장 설레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사랑에 있어서 가장 열정적인 마음이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고 

만날 생각만해도 두근거리고 막 기분이 하늘까지 갔다가

또 금방 가라앉기도 하는...


어쨌든 ! 오랜만에 들으니까 너무 좋아요. 그래서 포스팅할 생각까지 했답니다.

오늘은 한 곡만 더 포스팅 할 생각이에요!

어쿠스틱 음악도 꾸준히 올릴 예정이지만, 다음 곡은

너무 더워서 시원한 여름곡으로 ㅇ-ㅇ 준비해보겠습니다.

Posted by 버섯씨

69p   "천천히 마셔."

  아무래도 초코 우유를 무릎에 쏟을 것 같았다.

  "예. 천천히 마실게요."

  "빨대를 깊게 물고."

  "예. 깊게 물게요."

  이런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참 편했겠다.


123p 하나같이 누군가가 실생활에서 오랫동안 사용햇을 법한 물건들 세월은 물론 그것들을 사용했던 사람의 손길과, 한숨마져 느껴질 것 같다. 요긴하게 쓰일 때는 이름이 없지는 않았곘지. 생활이 변하여 버려지고 잊혀지며 이름을 잃었을 것들. 존재하지만 이름이 없는 것들. 이름이 없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


126--128p "근데 저, 쓰쓰이."

  흐르는 수돗물에 찻잔을 헹구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선반에 있는 것들요, 컵 옆에.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왜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진품이라면 꽤 값이 나갈 것 같아."

 "허난 성 뤄양에서 구한 거예요. 중국 흙에서 캤다던데."

 "진품일 수도 있겠다. 중국 사람들 믿을 순 없지만."

  "알아요, 저거?"

  "토우잖아요. 무덤에 묻는 진흙 허수아비."

  "토우?"

  "진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토우인 건 분명한 것 같... ... 은 데요."

  음........... 쓰쓰이는 선반 위의 진흙 인형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토우라...... . 낙담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가져요."

(중략)

  "이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유나 씨한테만 특별히 그러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이름을 아는 사람에게 그 물건을 줘요. 내 원칙."


178p 나중에 보니까 그 친구 무는 거라면 무조건 무서워했다구. 구양이만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사람이 있다며? 자기가 쥐라고 생각하는 거라나.  사람 중에는 자기가 정말로 메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대.


218p 언니는 다시 목이 꺾인 사람처럼 고개를 젖히고 하하, 웃었다. 그렇게 또 몇 분을 하늘만 보는 게 아닐까.


219p 생크림 케이크는 충분히 먹고도 반 넘게 남았다. 원체 맨홀뚜껑만한 케이크였으니까. 그걸 메고 들어오던 사토. 케이크에 압사당하는 최초의 인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220p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내 유방의 감촉을 떠올리는 걸까? 히데오가 날 보고 웃을 때마다 나는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어엿한 대학생이 되면 가슴이 뿌듯할 것 같았다.

  사토도 에 또 그럼, 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사진에 대한 근심이 빠져나간 만큼의 가벼움이 느껴졌다.



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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