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드디어 조금 여유가 생겨서 블로그를 켰다. 오늘은 주말이고 내일도 대체공휴일이기 때문에 오빠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오빠와 연애하면서 참 많이 의지를 해왔는데 그 기간을 통틀어 요즘,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오빠가 우리는 가족, 이라고 할 때 뭉클했다.

 

4월 27일 꼽이 -> 운이로 진화!

출산 예정일은 5월 1일이었지만 39주 3일인 4월 27일까지 출산의 기미는 1도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아기가 일주정도 일찍 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그때쯤에는 전화만 해도 엄청 깜짝 놀라곤 했었어서 나는 더 아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왜이렇게들 기대하는 거야,,,얘 안나와~ 이런 마인드가 되어버림) 그래서 그날 7시에 어벤져스 4 아이맥스로 예매까지 해두었는데...

새벽 5시쯤 진통에 깼다. 지난 번에도 진통에 깬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렇겠지 했는데 꽤나 심한 진통이었고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진통어플도 켜고 맘스홀릭 카페에 글도 남기고 진진통 같다고 확신을 했다.

하지만 분만 후기를 읽으며 진진통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가진통이라 빠꾸먹었단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일단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10분정도 주기인데 진통이 1분간격으로 있다고 하니 진진통은 맞지만 주기가 3-4분 정도가 될 때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러고 얼마 안가 진통이 3-4분으로 바뀌어 계단을 내려가기도 무척 힘들었다. 병원이 가까워서 걸어가려 했었는데 현관을 나서자마자 어서 택시를 부르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자궁문은 3cm 열려있었고 그자리에서 바로 입원을 했다. 빠꾸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출산가방도 안싸갔는데...ㅠㅠ 침대에 누워 약 1시간 동안 진통을 했고 티브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3대 굴욕 중 관장과 제모도 하였음.

정말 진통이 견디기 어려워서 무통주사가 절실했다. 무통을 맞고 나니 거짓말처럼 배 진통이 사라졌다. 하지만 분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내진의 불편함도 있었다.

태동검사기에서 뭔가 불안한 엄청큰 삐삐삐 소리가 났고 간호사 분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아기가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담당 선생님인 이혜란원장님도 오셔서 아기가 힘들어 하니 분만을 서두르자고 했고,

자궁경부도 충분히 부드러워지고 아기도 밑으로 많이 내려온 상황. 나만 힘을 잘 주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힘주는 게 뭔지 너무 낯설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터지도록 힘을 주고 있을 때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ㅋㅋㅋ너무나 소설 같은 상황.

그리고 양수를 터뜨렸을 때 아기가 태변을 봤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야 맘 ㅠㅠ... 전부터 애기 늦게 나와서 태변보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이기 태변을 많이 먹을 것 같아 정말 힘을 많이 줬다 간호사, 의사 쌤의 도움이 컸다. 뜨거운 용암이 밑에서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머리가 나왔다. 나머지 힘을 주자 몸도 나옴...리얼 신기.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태변은 먹었지만 운이로 진화한 꼽이는 잘 울어주었고 가슴에 뜨겁고 미끄러운 덩어리가 올려졌다. 너구나.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가움이 컸다.

입원실로 돌아와 오빠와 행복을 잔뜩 만끽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면회시간인 3시에 함께 운이를 보러가자고 했는데, 10분 전쯤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할말이 있으니 내려오라는 것. 오빠랑 나랑 같이 내려가서 소아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생아의 호흡은 1분에 30-60회 정도가 적당한데, 운이가 2시간 동안 계속 60회로만 숨을 쉬고 있다는 것. 60 아래로 내려가는 걸 지켜보려 했지만 그러질 않아서 한양대 대학병원으로 데려가 모니터링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운이랑 떨어져 있게 될 걸 모르고 검사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 길로 운이는 한양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지금도 쓰면서 뭔가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너무 무섭고 신생아 '중환자실' 이라는 말이 너무 무서워서 계속 눈물이 났다. 미안하고. 내가 뭘 잘못했을까. 뭐가 힘들었길래 태변을 봤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검색만 하면서 희망적인 얘기들을 읽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직접병원으로 가서 입원수속을 밟은 오빠는 더욱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운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호흡을 되찾았다. 우리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하기를 바랐다. 그것말곤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에서는 아기가 퇴원하면 함께 입소하라며 퇴원날짜가 정해지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 퇴원해, 집으로 갔다. 3일동안 오빠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오빠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가슴은 땡땡하게 불었는데 유선이 뚫리지 않아 젖몸살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운이의 면회시간은 절대 놓치지 않았고, 매일 중환자실에 가서 손을 미친듯이 비벼 씻고 마스크 끼고 비닐 앞치마를 허겁지겁 두르며 운이를 보러갔다. 점점 나아져서 항생제도 떼고 체중도 약간 늘고, 별 이상 없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운이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분유도 병원에서 처음 먹여보고...그리고 곧 5월 2일로 퇴원날짜가 정해졌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맘스리베로 아이통곡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정말 통증 1도 없었는데 그렇게 짜도 안나오던 모유가 줄줄... 하지만 치밀유방에 함몰도 침하고 짧은 유두라 신생아가 물기 정말 어려운 가슴이라는 츙격적인 말을 듣고야 말았다. 마사지를 3회정도 더 받기를 권하셨지만 마사지 비용이 부담되어서 일단 미루기로 했다.

다음날 비가 왔고... 퇴원준비물을 놓고와서 집까지 다시 다녀왔지만 운이는 무사히 퇴원했다. 그리고 함께 조리원으로...

조리원 적응기를 말하려면 너무 길어지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모유수유때문에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특히. 그리고 친구들까지도 수유얘기를 하니 너무 힘들었다. 모두가 모유수유를 못하면 엄마자격 미달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운이는 이제 내 쭈쭈를 물면 우유가 힘겹게 나온다는 걸 알고는 땡깡을 쓰기 시작했구... (심지어 선생님들 있을 때는 잘물면서...-ㅅ-) 눈물도 나고 점점 지쳐갔다.

오빠는 분유도 있는데 왜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냐구 나를 달랬는데 말뿐이라도 그 말이 첨이라...역시 남편밖에 없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축을 한번씩 걸러서 겨우 오늘 60ml를 돌파했다. 유축하면 가슴이 아파서 덜컥 겁이 나기도 하지만 운이가 먹을 걸 생각하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중이다. 아직 출산 9일차인데 내가 너무 조급했던 걸 수도 있어...그렇게 맘먹구.

어제는 어머님 아버님 오늘은 엄마아빠가 다녀갔다. 나는 요새 잡생각과 짜증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 중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하여. 모든 건 다 맘먹은 대로...생각하는 대로 되는 거라고 여기기로...

그리고 운이가 퇴원하던 날 우리가 했던 말처럼. 이제 더이상 우린 바랄 게 없다. 운이가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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