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 주는 돼지가 있었다. 이름은 오스터, 둥글고 통통한 몸매에 항상 목에는 목걸이처럼 책을 매달고 다녔다.

네모돼지

 

-할머니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내 목덜미의 검은 나비를 어루만져 주었다. 내 몸은 온통 노란색이지만, 목덜미 부분에 까맣고 커다란 얼룩이 있다. 얼룩 모양은 나비를 닮았다. 할머니는 노란 꽃 위에 검은 나비가 내려앉았다며 나를 국화라 불러주었다.

-까닥거리던 할머니 손이 멈춰 섰다. 어느 틈에 까만 고영이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할머니는 까만 고양이와 나를 번갈아보았다.

"그랬구나!"

할머니는 나와 한참 눈을 맞추더니 살짝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할머니는 천천히 내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손가락이 허공을 쓸어내릴 때마다 검은 나비가 움찔거였다

"차 조심하고, 잘 가라."

고양이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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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동화를 쓰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선물받았다. 나는 어쩌자고 너구리 동화를 썼을까. 네모돼지의 전편은 동물동화다. 그리고 아. 무언가 있다! 너구리에는 없는 무언가 있었다.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 슬펐다. 왜 동물들은 언제나 내 맘을 건드리는 걸까.

'네모돼지'는 정말 충격적으로 좋았고

'고양이 국화'는 날 울렸다. 두 작품이 다르게 좋았다. 카페에서 울컥해서 울뻔했네 그려...

내가 동화를 쓸 수 있을까. 멋진 책을 읽고나면 무서워진다. 그래 이게 동화지. 이사람의 동화는 이렇구나 하는 걸 느껴버리는 순간 내가 쓴 글들은 없어지거나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여운이 꽤 갈듯..

 

 

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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