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승 글 / 이담 그림/ 북멘토 / 2013

 


 일요일의 환한 아침 햇살이 식탁 위를 비추고 있었다. 아빠는 요리를 하느라 어지럽게 널린 그릇들을 대충 정리하고 제이와 마주 앉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주방 일은 아빠의 몫이었다. 아빠의 요리 솜씨는 형편 없었지만 제이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먹었다.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포크질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팔뚝에 북실북실한 노란 털들만 햇빛에 반짝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는 웃음을 잃어버렸다. 제이는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날 밤 제이는 에일리와 함께 마틴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고 또 달리는 꿈을 꾸었다. 하늘에서 눈이 쏟아졌다. 펑펑 쏟아지는 흰 눈이 피부에 닿자 마틴도 제이도 하얀 피부로 변했다. 눈을 맞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백인이 되었다. 계속 달리자 이번엔 검은 눈이 내렸다. 검은 눈을 맞은 사람들은 모두 흑인이 되었다.

  마틴과 에일리는 눈을 맞을 때마다 똑같이 백인이 되기도 하고 흑인이 되기도 ㅎ했다. 서로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자동차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제이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옆에 나란히 날고 있는 아빠를 발견했다. 아빠도 제이와 피부색이 똑같았다. 아빠가 제이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제이는 차창 밖으로 손을 뻗었다. 아빠가 그 손을 꽉 잡았다. 영원히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

 

제이는 마틴이 얼마나 폭력을 싫어했는지, 어떻게 마약의 유혹을 뿌리쳤는지, 얼마나 생각이 깊었는지에 대해서 썼다. 스카와 있었던 일은 특히 자세하게 썼다. 그리고 언제나 친 형처럼 다정하게 조언으르 해 주었던 일들과 마틴 형이 읽은 수많은 책의 목록도 썼다. 학교 신문사 활동을 했던 일과 미식축구를 그만두고 합창부를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썼다.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일도 썼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커피 도넛 뚱보 형사가 놓쳤을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서도 적었다.

 

*

 “나도 트레이본 마틴입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해요!”





Posted by 버섯씨

블로그 이미지
일상블로그 / 모든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 / 세상의 모든 귀여움을 사랑하는 사람
버섯씨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