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0. 14:37 버섯씨의 대단한 취미/필사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중에서
* 좀머 아저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어…… 그 말의 뜻은 아저씨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 방안에 가만히 잇지 못한다는 것은 밖에서 돌아다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 <밀폐 공포증이 있으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고 …… <밀폐 공포증>이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가 같은 말이고,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과 같다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 <밀폐 공포증>과 같은 말이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어려운 <밀폐 공포증>이란 말을 쓰지 말고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 이라고 쉽게 말해도 되겠지……. 그렇다면 <좀머 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한다>..는 말을 어머니가 하려면 이렇게 말해야 겠지. <좀머 씨는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돼……>
*우리 반에 카롤리나 퀴켈만이라는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까맣고, 눈썹 색도 짙었으며, 이마 위 오른쪽에 흑갈색 머리를 핀으로 묶고 다니는 아이였다. 목덜미와 귓볼 밑에 작게 움푹 파인 곳에는 햇빛을 받으면 빛을 반짝 발하기도 하고, 바람결에 약간 흔들거리기도 하던 한 웅큼의 솜털이 있었다. 그 애는 웃을 때 듣기에 너무나도 좋은 허스키한 소리를 내면서 목을 쭉 뽑아 올리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거의 감은 채 얼굴에 온통 환희의 표정을 넘쳐 흐르게 하였다. 나는 그런 얼굴을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실컷 쳐다보았다.
*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비록 누나가 <아무리 피아노를 못 치는 사람이라도 디아벨리는 칠 수 있어>라는 말을 종종 했어도 나는 그를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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