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 주는 돼지가 있었다. 이름은 오스터, 둥글고 통통한 몸매에 항상 목에는 목걸이처럼 책을 매달고 다녔다.

네모돼지

 

-할머니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내 목덜미의 검은 나비를 어루만져 주었다. 내 몸은 온통 노란색이지만, 목덜미 부분에 까맣고 커다란 얼룩이 있다. 얼룩 모양은 나비를 닮았다. 할머니는 노란 꽃 위에 검은 나비가 내려앉았다며 나를 국화라 불러주었다.

-까닥거리던 할머니 손이 멈춰 섰다. 어느 틈에 까만 고영이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할머니는 까만 고양이와 나를 번갈아보았다.

"그랬구나!"

할머니는 나와 한참 눈을 맞추더니 살짝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할머니는 천천히 내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손가락이 허공을 쓸어내릴 때마다 검은 나비가 움찔거였다

"차 조심하고, 잘 가라."

고양이국화

 

=========================================

너구리 동화를 쓰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선물받았다. 나는 어쩌자고 너구리 동화를 썼을까. 네모돼지의 전편은 동물동화다. 그리고 아. 무언가 있다! 너구리에는 없는 무언가 있었다.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 슬펐다. 왜 동물들은 언제나 내 맘을 건드리는 걸까.

'네모돼지'는 정말 충격적으로 좋았고

'고양이 국화'는 날 울렸다. 두 작품이 다르게 좋았다. 카페에서 울컥해서 울뻔했네 그려...

내가 동화를 쓸 수 있을까. 멋진 책을 읽고나면 무서워진다. 그래 이게 동화지. 이사람의 동화는 이렇구나 하는 걸 느껴버리는 순간 내가 쓴 글들은 없어지거나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여운이 꽤 갈듯..

 

 

Posted by 버섯씨


오늘의 책소개도 그림책이 되겠습니다.

요즘은 소설보다 그림책과 동화를 더 많이 읽고 있어서

당분간은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ㅅ'

지난 번에 이어 오늘도 일본작가의 그림책 입니다.

(학교에서 빌린 도서라서 바코드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큰 슬픔입니다.

아직 죽음이라는 게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어떻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죽음이란 건 정말 견딜 수 없는 영원한 슬픔이기만 한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이 바로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라는 그림책입니다.

옛날에는 이렇게들 많이 말했죠.

"엄마는(아빠는) 하늘나라로 갔어!"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요즘 아이들,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도 않는답니다.

이 책의 재미는 보이지도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엄마유령의 모습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집에 있다구~!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한 건 아닙니다! 따뜻함도 겸비한,

오락성으로써의 만화가 아닌 그림책만의 매력이죠!

주인공인 개구쟁이 건이가 엄마 몰래 저지른 잘못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엄마가 죽고나면 그동안 못해줬던 일이 미안할 것도 같습니다.

모두 용서해줄거라는 할머니의 말과는 달리 성질을 부리는 엄마.

엄마는 유령이 되어도 엄마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엄마가 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천사엄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뒤에서 할머니랑 은근히 엄마를 까는 건이 ㅋㅋ

다 듣고 있어요.'ㅅ'

이건 위의 텍스트가 포함된 전체 장며인데요.

이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귀엽지만 디테일한 그림입니다.

자세히 뜯어보는 맛이 있어요! ㅋㅋ

일본 가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그림인 것 같습니다.

엉뚱한 건이. 앞에 건이가 잘못한 게 엄마가 잘 때 코딱지를 엄마 입에 넣은 거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다른 게 더 걱정인 모양입니다.

밤이 되어서 유령이 된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건이는

엄마의 등을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헤어지기 싫다는 건이에게 엄마는 아까 장난칠때와는 달리 그동안 건이를 사랑했던 마음을 표현합니다.

진짜 감동적이어서 여기서 코끝이 찡했어요. ㅠ-ㅠ

이건 뒷면인데 안에 있는 내용과 이어지는 에필로그 형식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표지까지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도 재미있고

엄마는 예전처럼 요리도 엉망이고, 잔소리도 자주하고 먹을 것도 좋아하는 모습으로

곁에 있는 모습입니다.

건이의 말처럼 "전혀 헤어진 게 아닌" 것입니다.

=============================================================================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교훈을 주기 위한 책도 아니지만 재미와 감동을 통해 삶의 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역시 꼭 엄마나 아빠를 잃은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읽어본다면

엄마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고, 예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버섯씨

귀여운 그림체와 재밌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

목욕을 하려 옷을 벗다가 옷이 끼어버린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옷을 벗어보려 하면서 엉뚱한 상상을 하는 내용입니다.

제일 재밌었던 건 자신과 똑같은 아이가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

틀림없이 한번에 알아보고, 금방 친해지게 될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진짜 넘 귀엽네요.

결국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목욕을 하게 되는데…!

더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마칩니다.

정말 귀엽고 재밌는 그림책이니까 꼭 한번 읽어보세요.


Posted by 버섯씨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일상블로그 / 모든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 / 세상의 모든 귀여움을 사랑하는 사람
버섯씨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