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1. 16:40 버섯씨의 대단한 취미/필사
구효서 장편소설, 나가사키 파파 중에서
69p "천천히 마셔."
아무래도 초코 우유를 무릎에 쏟을 것 같았다.
"예. 천천히 마실게요."
"빨대를 깊게 물고."
"예. 깊게 물게요."
이런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참 편했겠다.
123p 하나같이 누군가가 실생활에서 오랫동안 사용햇을 법한 물건들 세월은 물론 그것들을 사용했던 사람의 손길과, 한숨마져 느껴질 것 같다. 요긴하게 쓰일 때는 이름이 없지는 않았곘지. 생활이 변하여 버려지고 잊혀지며 이름을 잃었을 것들. 존재하지만 이름이 없는 것들. 이름이 없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
126--128p "근데 저, 쓰쓰이."
흐르는 수돗물에 찻잔을 헹구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선반에 있는 것들요, 컵 옆에.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왜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진품이라면 꽤 값이 나갈 것 같아."
"허난 성 뤄양에서 구한 거예요. 중국 흙에서 캤다던데."
"진품일 수도 있겠다. 중국 사람들 믿을 순 없지만."
"알아요, 저거?"
"토우잖아요. 무덤에 묻는 진흙 허수아비."
"토우?"
"진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토우인 건 분명한 것 같... ... 은 데요."
음........... 쓰쓰이는 선반 위의 진흙 인형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토우라...... . 낙담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가져요."
(중략)
"이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유나 씨한테만 특별히 그러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이름을 아는 사람에게 그 물건을 줘요. 내 원칙."
178p 나중에 보니까 그 친구 무는 거라면 무조건 무서워했다구. 구양이만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사람이 있다며? 자기가 쥐라고 생각하는 거라나. 사람 중에는 자기가 정말로 메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대.
218p 언니는 다시 목이 꺾인 사람처럼 고개를 젖히고 하하, 웃었다. 그렇게 또 몇 분을 하늘만 보는 게 아닐까.
219p 생크림 케이크는 충분히 먹고도 반 넘게 남았다. 원체 맨홀뚜껑만한 케이크였으니까. 그걸 메고 들어오던 사토. 케이크에 압사당하는 최초의 인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220p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내 유방의 감촉을 떠올리는 걸까? 히데오가 날 보고 웃을 때마다 나는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어엿한 대학생이 되면 가슴이 뿌듯할 것 같았다.
사토도 에 또 그럼, 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사진에 대한 근심이 빠져나간 만큼의 가벼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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