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p   "천천히 마셔."

  아무래도 초코 우유를 무릎에 쏟을 것 같았다.

  "예. 천천히 마실게요."

  "빨대를 깊게 물고."

  "예. 깊게 물게요."

  이런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참 편했겠다.


123p 하나같이 누군가가 실생활에서 오랫동안 사용햇을 법한 물건들 세월은 물론 그것들을 사용했던 사람의 손길과, 한숨마져 느껴질 것 같다. 요긴하게 쓰일 때는 이름이 없지는 않았곘지. 생활이 변하여 버려지고 잊혀지며 이름을 잃었을 것들. 존재하지만 이름이 없는 것들. 이름이 없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


126--128p "근데 저, 쓰쓰이."

  흐르는 수돗물에 찻잔을 헹구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선반에 있는 것들요, 컵 옆에.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왜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진품이라면 꽤 값이 나갈 것 같아."

 "허난 성 뤄양에서 구한 거예요. 중국 흙에서 캤다던데."

 "진품일 수도 있겠다. 중국 사람들 믿을 순 없지만."

  "알아요, 저거?"

  "토우잖아요. 무덤에 묻는 진흙 허수아비."

  "토우?"

  "진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토우인 건 분명한 것 같... ... 은 데요."

  음........... 쓰쓰이는 선반 위의 진흙 인형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토우라...... . 낙담하는 표정 같기도 했다.

  "가져요."

(중략)

  "이름 아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유나 씨한테만 특별히 그러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이름을 아는 사람에게 그 물건을 줘요. 내 원칙."


178p 나중에 보니까 그 친구 무는 거라면 무조건 무서워했다구. 구양이만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사람이 있다며? 자기가 쥐라고 생각하는 거라나.  사람 중에는 자기가 정말로 메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대.


218p 언니는 다시 목이 꺾인 사람처럼 고개를 젖히고 하하, 웃었다. 그렇게 또 몇 분을 하늘만 보는 게 아닐까.


219p 생크림 케이크는 충분히 먹고도 반 넘게 남았다. 원체 맨홀뚜껑만한 케이크였으니까. 그걸 메고 들어오던 사토. 케이크에 압사당하는 최초의 인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220p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내 유방의 감촉을 떠올리는 걸까? 히데오가 날 보고 웃을 때마다 나는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어엿한 대학생이 되면 가슴이 뿌듯할 것 같았다.

  사토도 에 또 그럼, 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사진에 대한 근심이 빠져나간 만큼의 가벼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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