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너무 좋아. 표지 색상이 분홍분홍한 것이 시집 분위기도 그러하다.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시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건 엄청 막연한 느낌같은 것이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인데 넘 좋아서 하나만 필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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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토크


  여기 오늘의 밀크빵을 좀 사왔어요, 들어봐요, 그는 물거품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구요? 긴 걸음과 짧은 속삭임, 당신의 러프 스케치를 넘기면, 비행기를 기다렸는데 누가 스케쥴 보드를 차곡차곡 잘라서 가져가더군요, 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구요, 로컬 버스를 타고 국경을 지나서 또 2박3일을 되돌아갔지요, 흙집이 보이는 나무 밑에서 새끼 염소처럼 그를 기다렸지만 포도주 통은 비어가고 금붕어 모빌들은 끝내 부셔졌다구요, 들어요, 주스 마셔요, 아무도 못 찾는 다락방, 악보를 그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롤러코스터를 떠나보내요, 그 사람은 5월에만 문을 여는 카페 같아서, 새털 상자만 그리다가 얼굴에 물감을 바르고 그렇게 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돌아와요, 우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를 삽시다 내내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저녁엔 하트가 그려진 오므라이스를 먹고, 거품을 날려보내고, 깨진 자리에 보석 스티커를 붙여보아요, 더 많은 날들은 안데르센 2층 숍에 들러 스카프를 구경해요, 그 누구도 우리보다 괜찮아 보이지만, 눈을 뜨면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잊어버리지만, 탁자가, 모자가 둥둥 떠오르도록 송풍기를 돌려요, 호수를 건너려 했지만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아직 모자랐던 거라 믿으며, 새끼 해마들도 달빛 속에 춤추는 이 테라스에서 같이 만든 그 노래, '우리끼리 손난로'를 밤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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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집으로 읽는 거랑 컴터로 타이핑 하는 거랑 느낌이 좀 다르네. 아무렴 좋아. 이렇게라도 자주 봐야지...

이런 느낌으로 소설을 하나 쓰고 싶다. 밀크빵 같은 분위기....그런 문장으로 

 

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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