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1'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8.11 오은 <설>
  2. 2016.08.11 이장욱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중에서 1
  3. 2016.08.11 16.08.11 혼밥일지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우너하게 노폐물을 배설햇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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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첫 시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 '설' 이라는 시는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시집 (문학동네,2013)의 첫 시.... 이 시집의 어쩌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설, 익은 감자에서 내 표정--> ㅎ-ㅎ.

Posted by 버섯씨

*절반 이상의 하루오


- 나는 하늘에서 안구가 터지는 상상을 했다. 수없이 했다. 구름 속을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거대한 태풍을 만난다. 기체가 상하좌우로 급격히 흔들린다. 그러나 문득 태풍의 눈으로 진입한다. 태풍의 눈은 고요로 가득하다. 그 고요의 한 가운데서 갑자기 안구가 펑, 터져버리는 것이다. 시야가 사라진다. 시야가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시야라는 것 자체가 그냥 없어진다는 뜻이다. 상상력이 꿈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상상을 반복한 끝에, 나는 흔쾌히 꿈을 접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목적지들이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목적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목적지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말하자면,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어딘지 다른 하루오이다_라고.


-깨어보니 낯선 방이었다. 몇 겹의 삶이 지나간 듯 오래 잔 느낌이었다. 그 아침,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던 하루오는    어쩐지 바다 밑바닥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으로 몸을 일ㄹ으켰다.


-이것은 밤과, 어둠과, 희미하고 연약하게 심장이 뛰는 물속의 풍경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늑하고 고요해 보여서, 나는 내가 깨어 있다는 기척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물고기처럼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과장을 좀 섞어 말하자면,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거의 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 선율의 조화가 거기 있었지. 아무리 사악한 인간일지라도 그 음악을 듣는 동안 만큼은 악인일 수 없을 거야. 나는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느낌으로 거의 5분 동안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니까. 마치 세계 자체가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으로. 아니, 음악이 세계 자체가 되어가는 느낌으로.


-나는 말하자면 냉장고에 쌓여 있는 올ㄴ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어.


-때로는 집주인의 모든 걸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중략) 단지 추측만은 아닌 무엇. 단지 오디오의 브랜드 때문만은 아닌 무엇. 책장의 배치라든가 배색이 맞지 않는 낡은 가구들 때문만은 아닌 무엇. 그 '무엇' 때문에, 나는 간혹 그의 모든 것을 이햐할 것 같은 기분에 빠지는 거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건 광막한 우주를 헤매다가 지구를 발견한 외계생물의 감정과 비슷한거야.



*올드 맨 리버


-퇴근 뒤에 알은 어둠이 깔린 이태원의 밤거리를 오래 걸었다. 서울의 밤하늘은 소란스러웠다. 별 몇개가 네온들 사이에서 반짝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지금이 밤이라는 것으 표시하기 위해 거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알은 시더래피즈의 밤이 그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래된 나무 창틀이 있는 집과 니콜라와 마시던 맥주맛이 떠올랐지만, 그 기억은 아주 잠깐 그의 혀와 몸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알은 이 낯선 세계ㅔ 도착해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는 이것이 아주 오래전에 지나간 다른 인생인 것처럼 느껴졌다.


-코인 세탁소라는 곳은 하나의 우주 같아. 이 세상이 코인 세탁소의 일부가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 정도니까.


-그건 아마도 따뜻하게 데워진 수프가 식탁 위에서 혼자 식어가는 일과 비슷한 게 아닐까.


-남자가 수화기를 든 채 알을 마주보고 있었다. 알이 지나갈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표정은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 같았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비밀이란 건 이상한 방식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더군요.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바락바락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점점 더 지갑을 훔친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Posted by 버섯씨

오랜만에 나가서 혼밥


나가기 전까지 계속 고민했다. 요 며칠 라면만 먹어서

오늘은 꼭 밥을 먹겠다고 다짐을 했고

집에는 돈까스랑 장조림이 있었는데 음 메뉴로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밥을 하기가......넘 귀찮았다.



쌀국수랑 덮밥을 팔고 커피도 같이 파는 곳인데

가격이 아주 파격적임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 되게 많은데

애매한 시간에 가서 커피 마시는 사람 몇몇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오기 바로 전에 한 남자분이 쌀국수 주문해서

함께하는 (?) 혼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분은 계속 핸드폰을 보며 먹는 것으로 보아

혼밥초짜인 것만 같았음.

나의 완벽한 혼밥을 방해받았다.....더 고독해지고 싶음...

세상에 밥 혼자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면....



내 테이블 바로 옆에 이 화분이 있어서 

든든하기까지 했음...

내 외로운 혼밥 내놔...


고기덮밥_


메뉴는 고기덮밥으로...

쌀국수할지 고기덮밥할지 주문하기 전까지 고민하다가

알바님이 주문하시겠어요 할 때 나도모르게

고기덮밥 하나요, 라고 말해서 결정됨...


위에 고명이 엄청 많은데 깻잎이랑 송송 썬 쪽파,

그리고 청양고추가 아주 얇게 슬라이스 되어 있음

밥과 고기에는 후리가케가 살짝 섞여있어 짭쪼름하고

밥에도 조금 고추기름 양념이 되어있다.


셀프 서비스테이블에는 일회용숟가락, 젓가락과 단무지가 있는데

직접 담근 게 확실한 맛. 늦게가면 오이는 아예 없는데

오늘은 그래도 1개 남아있어서 잽싸게 떠왔다...


음 맛있었는데 양이 좀 적었음 하지만 3500원이라는 가격대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런 식사였다. 배고파서 저녁에 또 이것저것 먹어버렸지만

오래만의 혼밥인데 뭔가 특별한 게 없었다...그래...

혼밥따위가 뭐가 특별하겠어...그냥...혼자 밥먹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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