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3'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8.13 이장욱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중에서 2
  2. 2016.08.13 8월 9일~ 8월 13일 2
  3. 2016.08.13 *

*칠레의 세계 중에서,


-하지만 대개는 이미 늦은 뒤지. 늙은 독재자의 심장은 차근차근 그 순간을 준비해왔을 거야. 전날 밤에, 전전 날 밤에, 또는 그해 봄이나 몇 해 전의 겨울에, 그리하여 아주 먼 시간 이전부터 말일세. 갑작스럽거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지.

  사실 우연이란 게 뭐곘나? 그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겠나? 우연이란,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니까.


-13개의 계단이 지닌 의미를, 무지한 그들이 어찌 알겠나? 정확하게 13개의 단계로 이루어진 그 황홀한 세계를 말이야. 한 발을 들어 허공에 올려놓는 순간 또 한 발이 스스로를 지탱하는 세계. 한 발이 허공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다른 한 발이 온몸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 쾌락 속으로 한 발을 들이밀 때 고통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또 다른 발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매혹적인 일이 또 있겠나?


-이제 끝낼 때가 되었군. 들리는가? 저기 먼 데서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가? 그래, 모든 이야기에는 결국 끝이 있다네. 끝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야기에도 끝은 있는 법이지. 뫼비우스의 띠에 끝이 없다고? 그게 트릭이거나 관념의 장난이라면 어떨까? 가위로 띠를 툭 잘라버리게나. 앞이 아니라 옆을 따라가도 좋을 거야. 거기 바깥이 있을 테니까. 영원히 회전하는 띠의 바깥으로 나가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인지도 모르지.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중에서,


-구체제의 정적인 분위기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건 뭐지? 왜 자꾸 불안해지는 거지? 사람들은 왜 싫어지는 거야? 그런데 오늘은 매우 바쁘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불안을 생산함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사람들은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눈을 떠보면 이중창문 너머로 바깥이 환했다. 흐린 날의 정오와 구별되지 않는, 그런 자정이 온 것이다. 그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몇 개의 사소한 문장들을 작성하거나, 낯선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한 문장씩 한국어로 옮겼다. 시간은 흘러갔다. 창문을 열면 희미한 자정과 구별되지 않는, 그런 아침이 와 있었다.


-안드레이는 햇빛이 날 때와 술을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햇빛이 나는 날은 드물었지만, 술은 거의 매일 마셨다. 그래서 낮의 안드레이는 식물처럼 조용했고, 밤의 안드레이는 그렇지 않았다. 값싼 보드카를 마시고 많은 말을 했다. 혼자서도 말했고, 창문에게도 말했고, 나에게도 말했다. 말들에는 두서가 없었다. 나는 취한 그읨 ㅏㄹ을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는 술잔을 든 채 진지하고 추상적인 문장들을 쏟아냈다.

  이봐, 세계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과학자인가, 시인인가, 혁명가인가. 홀로 기도하는 사람은 어떤가. 그는 아름다운가, 무책임한가.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종교의 비밀스러운 기원이라는 걸 알고 있나. 구원이란 인간의 자유 의지가 완전하고 궁극적으로 부정되는 순간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있나. 꽃은 그렇게 피어난다. 아름답고 또 위험하게. 레닌이 옳았는가, 마르토프가 옳았는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옳았는가, 베른슈타인이 옳았는가. 죽은 자들은 다 어디로 갔느가? 지리놉스키는 멍청이이며, 자본주의는 혐오스럽다. 스피노자는 매혹적이고 무기력했으나, 일생 동안 어두치밈한 방에서 안경렌즈를 매만지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이봐, 아름답고 잊히지 않는 단 한 줄의 소설을 써보게.

 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끔찍한 시를 말이야.

 이 악몽에 대해서.

 이 악몽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또는 무엇의 악몽인지에 대해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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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섯씨

1.    3일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3일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다. 어제는 미저리가 지리산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오늘은 그가 없는(완벽히) 하루다. 일단 1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는 것부터 오늘 하루가 실패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된다.


2. YG에서 블랙핑크라는 걸그룹이 나왔다. 거기서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한 멤버가 있어서 검색해봤는데 '리사'라는 태국인 멤버였다. 투톤 염색을 하겠다는 내 생각은 좀 더 확고해졌다. ㅋㅋ 멤버 전원이 외국어에 능통하다는데 왠지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 넘 매력적인 거 같다...


3. 엄마 아빠한테 잘하는 딸이 되고 싶다.


4. 앞머리 쪽에 짧은  흰 머리가 있는데 오늘 머리를 빗다가 그거랑 비교도 안되게 엄청 긴 흰머리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있었지.


5. 오늘 아침에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치만 2시가지 빈둥거렸다. 유튜브 보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던가 해야지...


6.트위터 재밌다.

ㅈㅎ, ㅈㅇ, ㅎㅅ,이가 주기적으로 '마음에 들어요'를 눌러주고 ㅎㅎ이와 ㅅㄹ이도 가끔 해준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인 것 같다.


7. 미저리 오빠와 오랜 시간 연락이 되지 않을 때는 온갖 무서운 상상들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8.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사이즈 주문했다. 정신차려야 하기 때문.


9. (시집 읽다가 메모) 

분더캄머 - 독일어로 '놀라운 것을의 방' 이라는 뜻.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 특별한 수난을 기억하고 싶어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에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방은 분더 캄머라고 불렸다.


10. 맥주를 마시고 자면 잠이 잘 오고, 다음날 피부가 좋아져 있음.


11. 어제와 그저게는 제법 부지런한 버섯씨였다.


12. 오늘은 나태버섯씨다.


13. 서효원선수 경기를 봤다. 거의 질 것처럼 스코어가 되었는데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해서 역전승 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꽉 쥔 작은 주먹이 단단해보였다. 남자 에페 금메달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할 수 있다...'도 그렇고 이번 올림픽, (아니, 내가 그동안 올림픽 시청을 안해서 그럴지도) 정말 영화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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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섯씨

블로그 필명을 바꿨다...

난 오늘 인절미로써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나보다 더 유명하고 더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인절미라는 이름으로 더 오래전부터 활동해왔단 걸 알게되었기 때문.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알게 된 것도 아닌데 오늘은...뭔가 참을 수 없이 내가 두번째 인절미가 된 것 같아서 넘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안 그래도 티스토리 블로그 필명 정할때도 인절미라는 필명이 이미 있어서 인 (띄우고) 절미 였는데...그래서 새로운 필명을 갖자,라고 생각햇고 오랜시간 오빠랑 같이 나의 새로운 필명을 열심히 연구했다. 오빠가 평소 나에게 '콩만한 게' 라고 불러서 콩군, 콩주머니, 콩만한 등의 필명이 나왔지만 홍진호가 이미 콩으로 너무나 유명해서 포기했다. 콩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귀여움이 있어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버섯씨라는 필명은 나님의 소설 <죄송한 버섯씨>에서 가져온 것으로 내 머리스타일이 버섯스타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다행인지 버섯씨를 필명으로 하는 사람도 없었고. 트위터의 네임도 인절미였는데 바꾸었음... 버섯씨가 아직 입에 붙진 않았지만 앞으로는 계속 애정을 주어야지'ㅅ'  새로 산 모자가 나를 더 버섯씨스럽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몬제다. 나의 남자친구는 학교에 입학해 알게 된 후부터 본명보다 미저리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교수님 조차도 미저리라고 부를 정도로.  나도 그런 게 갖고 싶었다. 미저리 여자친구 말고 나만의 정체성으로ㅋ. 미저리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미저리 중에는 유명하다. 영화 미저리, 노래 미저리도 있지만 사람 미저리로는 그렇다. 나도 세상 모든 버섯씨중에 가장 유명한 버섯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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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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