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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03 이준규 시집 - 7 중에서
  2. 2016.08.03 *

시 한편이 한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이건 필사하기 무척 어려운데. 특히 공책에. 그런데 필사하지 않고 뭔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좋고 어렵고 복합적인 어떤 감정이...오늘은.


이준규 / 2015 / 울리포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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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p 그것은 언덕 위에 있다. 그것은 언덕 위에서 언덕 위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 동아목공 앞을 지나가는 한 여자를 보고 있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다. 그것은 동아목공의 대패를 바라보고 있는 맥주 한 잔이다. 그것은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소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것은 형성할 수 있는 가구와 같다. 그것은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한 겨울에 한 시를 쓰고 있다. 그것은 겨울의 벤치로 간다. 그것은 겨울의 공원으로 갈 것이다. 그것은 겨울의 한 공원으로 들어가 한 벤치에 앉을 것이다. 그것은 파랗다. 그것은 딱딱하다. 그것은 형이상학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만을 가진다. 겨울의 한 공원의 한 벤치에는 물렁한 것이 놓여있다. 그것을 앉아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누워 있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것은 둥근 잔, 그러니까 흔히 머그 라고 부르는 다소 큰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덕 위에 있었다.

Posted by 버섯씨

-등에 실외기를 달았다.

(안에 있던 건 모두 빠져 나갔는데)

마쉬멜로우 하나가 남았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자꾸만 땀을 흘렸다.)

마쉬멜로우는 쉽게 얼어버렸고

너무 단단해서 더이상 자를 수 없을 때까지

다이아몬드처럼 나의 마쉬멜로우도 마쉬멜로우 칼로 잘라야만 한다.


-플러스펜을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그럼 아무것도 안 사면 되는데 난 또 뭔가에 이끌린 듯 이 펜을 사고.

1990년 대에 실직하고 다단계 꼬임에 빠진 중년남성이 쓸 것 같은 이 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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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섯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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